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민이 있습니다.
“올해도 배양토 한 포대 사야 하나…”
화분 몇 개 채우겠다고 마트에 갔다가 흙값이 꽤 나온다는 걸 느끼는 순간, 묘하게 허탈해지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그냥 사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방 쓰레기를 버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다 흙이 될 수 있는 거잖아?”
그 이후로 자가 퇴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배양토 구입 비용을 거의 0원에 가깝게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그 실제 경험을 공유해 드릴게요.
1. 배양토, 사실 얼마나 쓰고 있었을까
화분용 배양토는 일반 흙이 아닙니다. 통기성과 보수성을 맞추기 위해 피트모스, 펄라이트, 유기물 등을 배합한 제품이라 가격이 생각보다 높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20리터짜리 배양토 한 포대 기준으로 보통 7,000원에서 15,000원 사이입니다. 화분이 10개 이상 있는 집이라면 봄, 가을 분갈이 시즌마다 2~3포대는 기본으로 구입하게 됩니다.
연간 30,000원에서 50,000원 정도는 그냥 흙값으로 나가는 셈입니다.
작은 금액 같아도, 10년이면 30만~50만 원입니다. 그 돈을 씨앗이나 모종, 혹은 더 좋은 화분에 투자하면 어떨까요. 관점을 바꾸면 퇴비 만들기는 단순한 환경 활동이 아니라 절약 전략이 됩니다.
2. 자가 퇴비, 실제로 화분에 쓸 수 있을까
처음에는 고민했습니다. 퇴비라고 하면 냄새 나고 번거롭고 넓은 공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더라고요.
제가 사용한 방법은 ‘지렁이 퇴비(버미컴포스트)’ 방식입니다.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지렁이를 넣고, 매일 나오는 채소 껍질, 커피 찌꺼기, 달걀 껍데기 등을 소량씩 넣어주는 방식입니다. 냄새는 거의 없고, 관리 시간은 하루 5분이면 충분합니다.
3개월 정도 지나면 진한 갈색의 부드러운 퇴비가 쌓입니다. 이걸 시중 배양토와 2:8 또는 3:7 비율로 섞으면 식물 성장에 아주 적합한 토양이 완성됩니다.
지렁이 퇴비는 일반 배양토보다 유기물 함량이 높아서, 오히려 화분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라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비용 절감 그 이상, 퇴비가 만드는 자산 가치
단순히 흙값을 아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자가 퇴비를 꾸준히 생산하면 몇 가지 부가적인 경제 효과가 생깁니다.
첫째,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 비용이 줄어듭니다. 채소 부산물과 커피 찌꺼기를 퇴비통으로 빼내면 음식물 쓰레기 양 자체가 줄기 때문입니다.
둘째, 화분 식물의 생존율이 올라갑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흙에서 자란 식물은 병해충에 강하고 성장도 빠릅니다. 모종을 사서 죽이는 ‘식물 장례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셋째, 텃밭이나 공유 정원을 운영하는 분들께 소분해서 나눔하거나, 근처 도시농업 커뮤니티에서 씨앗이나 모종과 물물교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저는 퇴비 한 봉지와 방울토마토 모종 3포트를 맞바꾼 적도 있습니다.
퇴비는 흙이 되고, 흙은 식물이 되고, 식물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이 순환 자체가 하나의 자산 흐름입니다.
마무리하며
배양토 0원 도전, 말은 거창하지만 시작은 아주 단순합니다.
주방에서 나오는 채소 껍질을 버리지 않는 것, 딱 그것부터입니다.
처음 퇴비통을 만들던 날이 생각납니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작했는데, 3개월 뒤 진짜 흙이 만들어지는 걸 보고 꽤 뿌듯했습니다. 돈을 아꼈다는 것보다, 쓰레기가 자원으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다는 느낌이 더 컸달까요.
여러분도 올봄, 배양토 한 포대 사는 대신 퇴비통 하나를 먼저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